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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니 리뷰

킹덤: 전국시대를 넘나드는 전쟁 서사

by 월선네 2025. 4. 30.

 

킹덤 관련 영상

 

 

킹덤은 역사 애니메이션의 완결판

중국 전국시대 말기를 배경으로 한 킹덤은 진시황의 통일 과정을 다루며, 역사적 사건과 극적 각색이 유기적으로 결합됩니다. 애니메이션 1기는 주인공 신(信)이 하급 병사에서 장군으로 성장하는 과정을 통해 거대한 전쟁의 맥락을 전달합니다. 특히 영정(嬴政)의 왕좌 쟁탈전과 산민족·조나라와의 갈등은 실제 역사를 토대로 하되, 전투 장면의 연출과 캐릭터 관계에 창의성을 더했습니다. 예를 들어 합종군 편에서는 다수의 국가가 진나라를 공격하는데, 이는 역사서에 기록된 '합종책'을 모티프로 삼으면서도 극적인 긴장감을 극대화했습니다.

단순히 역사를 재현하는 데 그치지 않고, 작품 내에서는 "전쟁 없는 세상"이라는 주제의식이 반복적으로 강조됩니다. 영정이 산민족을 설득할 때 "중화 통일"을 외치는 대사는 단순한 패권 다툼을 넘어 이상향을 향한 열망을 보여주며, 이는 현대 시청자들에게도 공감대를 형성합니다. 다만 진나라 중심의 시각이 지나치게 부각되어 다른 국가의 입장이 생략된 점은 아쉬움으로 남습니다.

캐릭터 성장의 열쇠, 인간적 약점과 갈등의 기록

주인공 신은 열혈 무장의 클리셰를 따르지만, 그의 성장은 단순히 '강해지는' 과정이 아닌 정신적 성숙을 통해 그려집니다. 초반에는 적장을 베겠다고 허세를 부리다 왕기(王騎)에게 일방적으로 제압당하는 모습에서 허탈감을 느끼게 되지만, 점차 전략적 사고와 리더십을 배워갑니다. 예를 들어 주해 평원 전투에서는 무모한 돌격 대신 부대를 이끌며 적의 허를 찌르는 모습을 보여주죠.

반면 하료초(河了貂) 캐릭터는 남장 여성이라는 설정이 처음에는 개성적으로 다가왔으나, 강외(羌瘣) 등 더 강렬한 조연들에게 가려지는 한계가 있습니다. 특히 강외는 검술·전략·카리스마 모든 면에서 완벽한 올라운더로, 그가 등장하는 장면마다 시청자들의 시선을 사로잡습니다. 창문군(昌文君)의 복잡한 정치적 입장이나 왕기의 비극적 과거처럼, 조연들의 백스토리가 풍부하게 채워진 점도 킹덤의 장점입니다.

1기부터 3기까지, 애니메이션 퀄리티의 진화사

킹덤 1기는 3D 카툰 렌더링의 과도한 사용으로 인해 작화 논란에 휩싸였습니다. 전투 신에서 캐릭터들의 경직된 움직임과 이질적인 표정 연기는 몰입을 방해했죠. 특히 말을 탄 장군들의 원근법 처리 미스로 인해 전장의 스케일이 축소되어 보이는 문제가 빈번했습니다. 그러나 2기부터는 2D 작화 비중을 높이고 3D를 배경 연출에만 사용하며 점진적인 개선을 시도했습니다.

3기에 이르러서는 완전히 다른 작품 수준의 퀄리티를 선보입니다. 합종군 편의 대규모 전투 장면에서는 기마병의 돌격 속도감이 생생하게 재현되었고, 캐릭터들의 미세한 표정 변화까지 세심하게 묘사됩니다. 예를 들어 영정이 내란을 진압한 후 보이는 피로한 미소 한 방울이 캐릭터의 심리를 압축적으로 전달하죠. 이처럼 제작진의 노력이 반영된 결과, 킹덤은 초기 혹평을 딛고 사극 애니메이션의 새로운 지평을 열었습니다.

킹덤은 역사의 거대한 흐름 속에서 개인의 성장과 인간군상의 다층적 관계를 날카롭게 포착한 작품입니다. 1기의 미흡한 기술력이 아쉽게 느껴지지만, 스토리텔링과 캐릭터 구축의 탄탄함이 이를 상쇄합니다. 전쟁 장면의 박진감부터 정치적 암투의 치밀함까지, 다양한 요소들이 조화를 이룬 킹덤은 단순한 액션물을 넘어 철학적 깊이를 가진 애니메이션으로 자리매김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