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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니 리뷰

축구만화의 혁신, 개인을 위한 팀의 붕괴 - 블루록

by 월선네 2025. 4. 23.

 

블루록 관련 영상

 

블루록: 이기기 위한 본능의 폭발

『블루록』은 기존 축구 만화의 공식을 완전히 파괴하는 작품입니다. 지금까지 우리는 축구를 '팀플레이', '우정', '열정'의 스포츠로 그려온 수많은 만화를 봐왔습니다. 하지만 블루록은 "팀보다 개인이 먼저"라는 철저한 가치 전복을 내세웁니다.

스토리는 일본 축구 협회가 2022년 월드컵 16강 진출 실패 후, 세계 최강의 스트라이커를 만들기 위해 시작한 '블루록 프로젝트'를 배경으로 합니다. 이 프로젝트는 단 하나의 최강 공격수를 뽑아내기 위한 극한 경쟁 시스템으로, 수백 명의 고등학생 공격수들이 오직 '자신만의 골'을 위해 살아남아야 하는 서바이벌을 벌입니다.

주인공 '이사기 요이치'는 처음엔 평범하고 소심한 성격이지만, 경쟁 속에서 점차 자신만의 본능을 깨닫고, 골잡이로서의 자아를 폭발시킵니다. 블루록은 그 성장 과정을 현실보다 더 날것으로, 냉정하고 직설적인 방식으로 묘사합니다. 이 과정은 보는 사람에게 '나 자신은 누구인가', '진정한 승부란 무엇인가'를 묻게 합니다.

이사기 요이치: 평범함을 찢고 태어나다

이사기는 '팀을 위해 헌신하던 평범한 선수'로 시작하지만, 블루록 프로젝트를 통해 '승리를 위한 이기심'이 필요하다는 걸 깨닫습니다. 이 만화에서 이사기의 진짜 매력은 단순한 승부욕이 아닙니다. 그는 자신이 가진 '평범함'을 인정하고, 그것을 무기화하는 법을 스스로 찾아냅니다.

그의 핵심 능력은 '필드 전체의 구조를 읽는 시야'와 '공간 인식'입니다. 팀플레이를 위한 능력처럼 보이지만, 그는 이를 바탕으로 자신이 언제, 어디서, 어떻게 골을 넣어야 할지를 판단해 냉정하게 행동합니다. 그리고 이런 '논리적인 이기심'이야말로 블루록이 말하는 새로운 승자의 조건입니다.

이사기의 각성 장면들—특히 자신이 직접 패스를 거부하고 슈팅을 선택하는 순간—은 단순한 축구 경기가 아니라 심리전의 클라이맥스처럼 전개됩니다. 관객은 그의 손에서 축구라는 스포츠가 한 사람의 '정체성 전쟁'으로 승화되는 것을 목격하게 됩니다.

팀? NO. 오직 나! 경쟁의 폭력성

블루록의 세계에선 팀워크가 존재하지 않습니다. 정확히 말하면 '임시적 협력'일뿐, 모두가 서로를 경쟁자로 보며 움직입니다. '패스'조차도 상대를 이용하는 도구일 뿐입니다. 각 캐릭터는 '자기만의 골'에 도달하기 위해, 때로는 동료를 배신하고, 때로는 스스로 도태되기도 합니다.

이러한 설정은 기존 스포츠 만화와는 전혀 다른 감각의 긴장감을 제공합니다. 상대를 '이기기 위해 분석'하고 '정신적으로 무너뜨리는' 방식은 스포츠라기보다 심리전 혹은 데스게임에 가깝습니다. 실제로 이 작품은 축구라는 외형을 빌려왔지만, 서사 구조는 오히려 배틀 로열 장르의 철학을 따릅니다.

"가장 이기적인 스트라이커가 가장 강하다." 블루록은 이 한 문장을 작품 전체를 통해 증명합니다. 단순한 축구 만화로 접근했다가는 깊은 사고의 늪에 빠질 수도 있습니다. 이 만화는 승부를 중심에 두되, 그 승부의 방식이 철저히 현대적이고 개인주의적인 구조 안에서 이루어진다는 점에서 차별성을 가집니다.

블루록이 묻는 질문: 나는 누구를 위해 뛰는가?

『블루록』이 궁극적으로 던지는 질문은 간단합니다. "너는 누구를 위해 골을 넣는가?" 팀? 국가? 친구? 아닙니다. 블루록의 세계에선 오직 '나 자신'을 위해 골을 넣습니다. 이는 이 작품이 단순한 축구 서바이벌을 넘어, '자아 정체성'과 '존재 가치'라는 테마를 탐구한다는 걸 의미합니다.

이 만화의 가장 뛰어난 점은, 경쟁 속에서도 '자기 자신을 위한 선택'이 어떻게 팀과 전체를 변화시키는지를 보여준다는 것입니다. 결국 이기적인 행동이 팀 전체의 수준을 끌어올리고, 나아가 일본 축구 자체를 진화시키는 도화선이 된다는 역설적 진실을 담아냅니다.

그래서 『블루록』은 축구 만화를 넘어선 성장 만화, 자아 발견 만화입니다. 남들과 다른 방식으로, 남들과 경쟁하면서 '나만의 방식'으로 성장하고 싶은 MZ세대에게 이 작품은 깊은 울림을 줍니다. 더 이상 '남을 위한 팀플레이'가 아닌, '나를 위한 전략'이 시대의 무기가 되었음을 선언하는 이야기입니다.